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의 병원에 한 개인이 환자이자 인간일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. 암 진단을 전후한 삶의 격차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병원 속에서 이를 수용할 심적 존엄을 누릴 수 없다. 투명하고 바쁜 병원 건축 안에서 우리는 진중할 권리를 상실하였다. 그렇게 환자로서의 삶은 인간으로서의 삶과 유리된다.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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설계안 구성에 앞서 대안적 의료 건축인 메기 센터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. 현재는 고인이 된 메기 젠크스는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울 수 조차 없었음을 호소한다. 다음 환자를 위해 쫒겨나듯 진료실을 나왔는데, 편히 갈 곳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도 없었다고. 그렇게 그녀는 대형 병원 부지 한켠에 암 경험자를 위한 치유 공간을 만들게 된다. 메기 센터는 공유 주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. 주방에서 음식과 차를 나누며 공통점을 가진 자들이 대화를 나눈다. 내부 공간은 시원하게 트여 있으며, 암 경험자와 그의 주변인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. 교육, 운동, 상담 등 프로그램에 맞추어 각 공간은 칸막이로 분리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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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상지로 아산병원 옆 성내천을 선정하였다. 매년 발생하는 암 환자 아홉명 중 한 명은 아산병원을 선택한다. 한강과 성내천을 곁에 두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끼고 있지만, 현 수변공간은 산책로로 사용될 뿐 유용하게 활용되지 않는다. 그러나 치수를 담당하는 다리 모양의 구조물이 밀집하여 있어 독특한 경관을 만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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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례 조사를 통해 운동, 오픈 키친, 상담, 교육의 네 가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, 사이트에서 잠실과 아산병원을 연결하는 다리의 필요성을 추출하였다. 기능에 따라 분리된 매스는 양 옆으로 벌어져 외부 경관을 품게 된다. 이들을 이은 상부 공간은 공공을 위한 다리로 이용된다. 매스의 형태에 맞추어 형성된 보이드가 다리와 재활 센터를 연결된다. 여기에 유려한 곡선이 관입한다. 이 선은 보이드를 막는 난간이자 공간을 구분하는 솔리드한 벽, 가벼운 가벽(커튼)을 구성한다. 각 공간은 유동하며 이어진다. 마치 떠있는 것 같은 긴 형태는 강변을 가로로 가르며, 성내천 경관에 변화를 만든다. 다양한 각도로 만나는 벽과 보이드가 빛을 끌어들이며 다양한 형태의 내부 공간을 형성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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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anks to
라인 테이프에 매니큐어까지 맡아준 여철. 올해도 또 젯소를 칠한 영진. 자르는 대로 90도가 나오는 모형의 신 익환오빠. 엄지손톱만한 가구도 만들어준 윤재. 귀찮은 언니를 잘 견뎌준 재윤. 덕분에 졸업합니다. 정현 교수님 한 학기동안 많이 배웠습니다. 고마워요.
산책로로 쓰이는 부지를 정말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.